044 오십즈음-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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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6-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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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이었다
귀농이란 말조차 생소했던 시절
도시출신이 목장을 한답시고
덜컹 산촌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여름이었을 것이다
한참 축사를 손수 짓고 있을 때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일을 중단할 수가 없어
비를 맞으며 일을 계속 하였다

마침 들리신 어머니께서
'쉬어 가면서 하거라' 하셨다
이십대였던 나는 씩씩거리며
'바빠 죽겠는데 무슨 소립니까'라며 고함을 쳤다

얼마가 흘렀을까
비를 홀딱 맞으며 일을 마치고
어머니가 태워주신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씨익 웃으시더니 말씀 하셨다
'야 이눔아, 일은 죽어야 끝나는거야'라고 하셨다
그때 어머니가 오십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