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 殘日-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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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1-05-1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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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창고에 들릴 일이 있어
달구벌대로를 달린다
신호에 멈춰선 도로 위의 차들 사이로
빌딩들은 무성한 숲을 이루었다

수십 년 된 상가빌딩들 옆
새로 지어진 주상복합 건물은
머리 위에 비행접시를 이고 있다
미래에 멈춰 선 도로 같다

서쪽을 향해 달려가기에
내가 선 도로에는 이미 해거름이 내렸지만
비행접시를 이고 있는 건물 쪽은
아직 붉은 해가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신호가 풀려
내가 저쪽으로 달려가든지
내가 여기에 있든지

해는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