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 구구단-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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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1-01-1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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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이전을 하다가
점심시간이 돼서
근처 식당을 찾았다

창고가 외딴 곳에 있다보니
식당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들판 중간에
조립식으로 지어진
돼지국밥집이 있었다

주문을 하고 앉아 있으니
창문 위에 손 글씨로
씌여진 구구단이 붙어 있었다
에이포 용지 네 장에 큰 글씨로 씌여 있었다
'저건 무슨 용도일까?'

반찬을 내놓는데
들판 중간에 있는,
작은 공장들이 드문드문 있는 곳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음식이 아니었다
너무 깔끔하고 정갈하였다

주문한 음식이
펄펄 끓는 뚝배기에 나왔는데
상에 놓기가 힘들어 보였다
동료에게 물었더니
문 연지가 일 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은퇴할 연세에 창업을......'

무슨 사연일까?
창문의 구구단은 무엇일까?
참으로 궁금했다

식사를 마치고 문을 나서다가 뒤돌아보니
손님이 없는 테이블에 한 꼬마가
열심히 구구단을 외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