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 봄을 팔다-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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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2-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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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덜 튼 거리를
한 가득 가방에 봄을 담아
길을 나섰다.

이 거리 저 거리
전을 펼치고
봄을 팔았다.

'이 보시오, 내 봄을 사 가시오.'
외치고 또 외쳤다.
봄은 생각보다 잘 팔렸다.

봄을 가득 담은 가방은
차츰 가벼워졌고
전을 펼치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

가방은 이내 비워졌고
비워진 가방에 무엇을 담을까?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순간, 텅 빈 가방에
담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봄은 모두 팔았는데......

나,
봄을 팔아
먹고 산 것 밖에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