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 만추-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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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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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기 전에
벼르고 벼르다 창을 떼어내고
청소를 한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 내내 쌓인 먼지를 닦아내니
내 마음의 먼지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시계 바늘은 어느듯
세 시를 넘기고 있었고
떼어낸 창문 밖엔
해거름이 깔리고 있었다.

창을 떼어낸 창틀은
하나의 액자가 되었고
그 너머 멀리 보이는 풍경은
순간 그림이 되어버렸다.

그림 속은
온통 울긋 누릇 하였고
구경하다 넋이 빠진
잔일은 넘어 가기 싫어
한껏 버티고 있었다.

그림 속
사람 하나
나는 거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