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7 전기쿠커-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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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0-2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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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오면서 가스렌지를 설치하지 않았다
집에서 음식을 해먹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렌지를 두대나 두고
간혹 즉석식품을 데워서 먹곤 했다
비가 오거나 움직이기 싫을 때는
가스렌지를 설치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래서 쳐박아 두었던 전기쿠커를 꺼냈다
라면을 끓여먹을 생각으로 쿠커에 물을 붓고
끓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작동을 표시하는 램프가 꺼져버렸다
'오랫동안 안 써서 고장났나?'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꺼졌다가 다시 불이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이윽고
물은 끓었고 라면과 스프를 넣고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나는 전기쿠커를 유심히 관찰했다
쿠커는 열판과 용기가 분리되는 구조를 가졌는데
열판이 먼저 가열되고
용기에 열이 전도되는 동안에
가열은 중단되고
열판이 일정하게 식으면
다시 가열 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내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아,얼마나 조급했던가?
사랑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