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 길 위의 두 남자-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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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9-2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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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호시인에게

길을 가고 있었다
느닷없이 길을 물었다
나도 모르니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는 길 위에 있었다
나도 길 위에 있었다
길은 방향성을 가진다
때론 방향성을 가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와 나는 같은 길 위에 있었다
그래서 우린 친구가 되었다

출발할 때부터
모두 알 필요는 없는것이다
함께 알아가고
함께 갈 수 있다면 좋은 것이다

손을 꼭 잡고 가지 않아도 된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말동무가 되어
함께 갈수만 있어도 좋은 것이다

수없는 이야기를 길 위에서 나누었다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저기 잠자리 두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소곤대더니 제각기 날아갔다
길을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