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8 지상철-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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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8-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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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한창이어서
비가 왔다가 그쳤다가
하루 종일 해 보기가 힘들다

건들바위 네거리를 지나서
명덕역 방향으로
작은 고개를 지나서
아침 일찍 가고 있었다

명덕역 근처에서
신호에 걸려 정차하고 있는데
왼쪽 편에 지상철 콘크리트 기둥들이
밤새 비를 맞았는지 축축하게 젖어서
저마다 이마에 번호를 붙이고는
꿋꿋하게 서 있었다
무얼하고 있는 것일까?

중앙선에 제 몸뚱이를 박고서는
가끔 지나가는 지상철을 기다린다
지겨워서 소리를 지를만도 한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해가 뜨나
조용하게 그렇게 서 있었다

내 이마에는 어떤 번호를 붙일까?
몇 번이길래 이 자리에서
오늘도 아무 말없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