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침대, 도면....-조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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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8-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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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늦게 하다보니
나이에 비해 아이들이 어리고
'에구, 언제 다 키워?
애들 키우려면 칠십까지
일해야겠네.'
하는 소리를 주위로부터 많이 들었는데
걱정보다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에
미소짓는 것이
나도 아버지가 되었나보다.

언제 클까 싶었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침대를 갖고 싶다하여
조립식 침대를 사서
하나씩 조립을 하는데
조립도면을 보고
하나하나 맞추어가다가
볼트가 안 들어가
도면을 자세히 보고
조립한 것과 비교해보니
거꾸로 조립을 해서
다시 해체후 재조립을 했다

조립을 끝낸 후
아이들은 놀러 나가고
방금 조립한 침대에 누워있자니
시상이 떠올라
몇 자 적어 보려는데
머릿속을 떠다니는
조각난 재료들이
잘 조립이 안된다.
시를 쓰는데도
도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래전 보던 책들을 뒤적이다
엉성하게 쌓아 놓은 것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에휴, 한숨을 쉬며
그것들을 다시 정리하는데
사놓고도 읽지 않은 책이
제법 있었다
이 책 저 책 들춰보고
먼지도 털어내며
새로 정리해 놓고
다시 침대에 누우니
쌓아 놓은 책들이 묘하게도
어떤 도면을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