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 세남자-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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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07-2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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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좁은 골목에는
이층집이 모두 네 채이다
한 채만 빼고 이층에는
독거중년이 각각 한 명씩 살고 있다
처음에 내가 이사 왔을때
두세번 그들에게 먼저 인사를 하였지만
그들은 지금까지도 먼저 인사를 하는 법이 없다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들인가?'
'낯을 가리는 사람들인가?'
별별 생각을 다해 보았다

나도 그렇지만 아침에는 출근하기 바빴고
저녁엔 들어와서 조용히, 아주 조용히 있었다
대화할 사람조차 없으니 당연한 것이다
밤 열시가 넘으면 여기가 과연
사람 사는 곳인가를 의심할 정도이다

그러다가 벌써 반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내가 이사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19라는 감염병이 터져서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을 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아, 저들은 코로나19가 터지기도 전에
벌써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었구나!'

끝집 일층엔 어째 오늘은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혹시-----.